본문 바로가기

STUDY

유럽 사민주의는 자본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유럽 사민주의는 자본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 등 선진국이 모인 유럽 서부와 북부는 자본주의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태동한 지역이다.

자본주의 고유의 골칫거리인 빈부 갈등이나 사회주의가 기존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도 일찍부터 경험했다.

때문에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는 미국 같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절충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했다. 시장과 자유경쟁을 허용하되 빈부 차가 너무 커지지 않고 공공복지 혜택이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도록 정부가 자원 배분에 적극 개입했다.

 

시장경제를 계획경제와 섞어 운영하도록 이끄는 정치이념을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 또는 민주사회주의라고 부른다.

사회 구성원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사회주의 이상을 공산당 독재가 아니라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구현하려는 이념이다. 사민주의 경제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후 30년간 경제성장균등 복지에 뚜렷한 성과를 냄으로써 서유럽과 북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복지 수준도 고른 곳으로 일궈냈다. 

 

문제는 고령화다. 1970년대 후반부터 유럽에서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회보장비 부담이 급증했다. 반면 경제성장 속도는 충분하지 못해서 고용과 복지 수준이 정체됐다. 비판 여론이 고조됐고 정치세력 간 경쟁이 거세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정치세력은 크게 좌파와 우파로 나눌 수 있다. 정치 성향이 극단적인 극우파나 극좌파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우세한 정치세력은 비교적 성향이 온건한 좌파와 우파, 즉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다.

 

좌파나 우파나 사민주의 정치이념을 공유하지만 경제정책 중점은 다르다. 좌파는 '더 많은 고른 복지'를, 우파는 '더 많은 성장과 경쟁'을 강조한다. 양자 간 차이는 그때그때 경제 현실에 따라 대중의 지지를 좌우로 왔다 갔다 쏠리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경제 부흥을 이끈 세력은 좌파였는데, 1970년대 후반 경제성장이 정체하자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우파가 집권했다. 대처는 성장 우선 정책을 폈다. 복지와 정부지출을 줄이는 대신,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세율을 낮추며 사업 규제를 완화했다. 성장 우선책은 민간 기업 활성화에 자극제 역할을 했지만, 성장과 고용 증대는 충분하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각국에서 좌파가 대거 정권을 탈환했다.

 

재집권한 좌파는 분배와 성장을 병행하는 절충 노선을 걸었다. '제3의 길(영국 노동당)', '새로운 사회주의(프랑스 사회당)', '새로운 중도(독일 사민당)'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나섰지만 경제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다시 우파가 집권하는 곳이 많아졌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저성장)가 발생해 유럽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경제위기 책임을 묻고 대안을 찾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좌파나 우파나 경제를 살릴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망한 유럽인은 선거 때마다 집권당을 갈아치워 분노를 표시하고, 좌·우파는 집권과 실권을 거듭하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유럽 국민은 고용과 복지를 함께 늘려달라고 요구하지만, 유럽 경제는 고용과 복지를 늘릴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로는 실업이 늘고 복지 혜택이 줄면서 그나마 있는 일자리와 복지라도 지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이민자들이 일자리와 복지 혜택을 뺏어 간다'며 포퓰리스트(populist) 노선을 내건 극우 정당이 약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이전 40년간 유럽 정치의 중신 세력이던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크게 세력을 잃고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득세했다. 1930년대 유럽에서 배외주의와 국수주의, 이방인 혐오를 내세워 대중에게서 지지를 얻고 세계를 전쟁판으로 몰아간 극우 나치까지 부활하는 상황이다. 현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면서도 평등한 복지를 구현했던 유럽 사민주의는 지금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을 매일 읽고 공부한 내용을 자유롭게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래 기억하기위해 작성하고있습니다.

 

 

'STUD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봇매매법  (1) 2021.01.31